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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6년 8월 26일

다리에 쥐 날 땐 마그네슘?

김형준
김형준 대표원장

처서(處暑), 산에서 들은 이야기

처서 무렵의 숲 — 초록 잎 사이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
단풍의 시작

지난 일요일은 처서였다. 처서(處暑), 더위가 멈추는 때이다. 새벽 바람이 서늘했다. 한동안 더위 때문에 등산을 하지 않았다. 더위가 수그러들어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햇볕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공기가 서늘했다. 덜 끈적였다. 더위는 남았는데 습기가 조금 빠진 것이다.

중턱 약수터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등산팀 목소리가 들린다.

"요즘 밤마다 다리에 쥐가 자꾸 나."
"마그네슘 먹어."
"딸이 사줘서 먹어봤지, 아이고 아무 소용없어."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만 해도 다리에 쥐가 난다는 환자가 여럿이었다. 마그네슘을 먹어봤다는 사람도 여럿이고, 그런데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그네슘은 대개 효과가 없다

2020년 코크란 연합이 이 문제를 정리했다. 제약회사와 이해관계 없이 세계의 임상시험을 모아 결론을 내는 공신력 있는 국제 연구기관이다.

노인의 야간 다리경련에서 4주 뒤 경련이 25% 이상 줄어든 비율이 마그네슘 68%, 가짜약 64%였다. 오차범위를 생각하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효과가 없을까

오랫동안 사람들은 땀으로 전해질이 빠져 근육이 굳는 것으로 추측했다. 2009년 남아프리카의 운동의학자 슈벨누스가 이 통념을 검증했다. 제대로 설계된 네 개의 연구에서 그 추측은 모두 부정됐다. 2011년에는 철인3종 선수 210명을 직접 추적했다. 경련을 예측한 것은 탈수도 나트륨도 아니었다. 평소보다 누가 더 빠르게 달렸는가였다.

중환자실이나 이뇨제 장기 복용자에게나 생기는 저마그네슘혈증에 섭취해야 할 마그네슘을, 일반 환자에게 적용하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그러니 미네랄을 많이 섭취해도 효과가 없다.

쥐 나는 여러 가지 원인

전근(轉筋), 근육이 뒤틀린다는 뜻이다. 《영추》 경근편에 이미 나온다. 발바닥에 전근이 일어나, 근육을 따라 맺힌 곳마다 아프고 뒤틀린 증상이다.

중요한 것은 옛 의서가 전근 치료방법을 '마그네슘'처럼 하나로 묶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하고 설사한 뒤 진액이 빠져 탈수로 인해 쥐가 나는 사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쥐가 생기는 사람.
차서 쥐가 나는 사람.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 용어집도 전근의 흔한 원인으로 한기(寒氣) 노출을 든다. 선풍기를 다리 쪽에 돌려놓고 잔 다음 날 새벽이다. 임상에서 제일 많은 것이 이 경우이다.
열이 떠서 기운이 내려오지 않아 쥐가 생기는 사람. 얼굴은 달아오르는데 발은 차다. 이런 환자는 다리만 치료해서 낫지 않는다.
근육을 과하게 써서 쥐가 나는 사람. 운동선수, 등산객의 종아리다.

쥐가 생기는 원인은 백인백색(百人百色), 사람마다 다르고 체질마다 다르다. 마그네슘이 적용되는 경우는 1%도 안 된다.

현대에 추가된 원인

하나를 더 보태야 한다. 옛 의서에 없는 원인이다. 양약이다.

2012년 캐나다에서 처방 기록 2만 4417명분을 분석했다. 어떤 약을 새로 받은 뒤에 다리 쥐 치료제 처방이 뒤따르는가. 이뇨제가 걸렸다. 티아지드계 1.48배, 칼륨보존이뇨제 2.12배였다.

이뇨제는 혈압약이다. 물과 소금을 빼내 혈압을 낮춘다. 그 과정에서 칼륨과 마그네슘도 함께 빠져나간다.

그런데 많은 환자가 이뇨제를 먹는 줄 모른다. 요즘 혈압약은 두세 성분을 한 알에 합친 복합제가 흔하고, 이뇨제는 거기 가장 자주 들어간다. 환자는 "혈압약 한 알"을 먹고, 이뇨제도 같이 먹는다.

밤마다 쥐가 난다는 분들 처방 내역을 조회하면 이뇨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마그네슘을 빼내는 혈압약과, 마그네슘을 채우는 영양제를 같이 복용한다. 그것도 매일.

왜 하필 요즘인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쥐가 부쩍 는다.

낮은 30도를 넘는데 해가 지면 공기가 확 서늘해진다. 몸은 낮의 더위에 맞춰 땀구멍이 열린 채 밤을 맞는다. 여기에 에어컨, 선풍기를 켜고 자면 찬 기운이 그대로 들어온다. 몸은 아직 여름인데 계절이 먼저 가을로 돌아섰다.

쥐가 많이 나는 분은 밤에 다리를 덮고 자야 한다. 바람이 종아리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자기 전 종아리와 발바닥을 스트레칭하고, 낮에 걷는 운동을 해야 한다. 다리를 쓰지 않는 사람일수록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쥐가 잘 나기 때문이다.

당근과 마그네슘

마그네슘 보충제 병

눈에 좋은 것은 당근, 쥐 날 땐 마그네슘.

이런 단순 암기는 내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해롭다. 답을 안다고 믿는 순간 원인을 찾는 일을 멈추기 때문이다.

밤마다 쥐가 나는데 마그네슘만 섭취하는 사람은 다리가 왜 그러는지 끝내 모른다. 통증의 원인이 다리 혈관일 수도, 허리 신경일 수도, 십 년째 먹는 혈압약 속 이뇨제 때문일 수도, 여름 내내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잔 탓일 수도 있다.

원인이 다르면 치료법도 다르다. 무작정 마그네슘만 먹을 일이 아니다.

병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2,000년 전 의서가 전근을 여러 갈래로 나눠 적어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나의 증상에 하나의 정답을 붙이는 순간, 더 이상 의학(醫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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