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증 클리닉
칼럼 2026년 7월 4일

다리 통증과 에어컨

김형준
김형준 대표원장

점심시간, 밥을 먹으러 진료실을 나섰다. 성큼 큰 보폭으로 걷는 순간, 오른발이 몸 뒤로 넘어가며 대퇴 앞쪽이 시큰했다. 통증과 함께 시린 느낌이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폭을 크게 할 때마다 같은 부위에 통증이 느껴졌다.

큰 보폭으로 걸을 때 대퇴 앞쪽에 통증이 오는 부위 표시

보폭이 좁으면 괜찮고, 넓어지면 아프다

사람 몸에는 스스로 낫는 힘이 있다. 그래서 하루를 지켜봤다. 귀찮은 마음도 있고, 증상을 좀 더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튿날, 통증은 그대로였다. 같은 걸음, 같은 부위. 그런데 통증이 아무 때나 느껴지지 않았다. 진료실 안에서 천천히 좁게 걸을 때는 멀쩡했다. 빠른 걸음으로 보폭을 크게 할 때만 왔다. 보폭이 클수록 다리는 더 뒤로 가고, 앞쪽 힘줄은 더 늘어난다. 늘어날 수 있는 한계까지는 괜찮다가, 그 선을 넘는 순간 통증이 느껴졌다. 신전(伸展) 제한이다. 힘줄이 늘어나야 할 만큼 늘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두 근육을 지나는 경락, 족양명위경

아픈 곳을 지나는 것이 족양명위경의 경근(經筋)이다. 경근은 경락을 따라 이어지는 힘줄과 근육을 말한다. 황제내경 《영추》 경근편에는 족양명경근이 발가락에서 시작해, 무릎 바깥쪽으로 지나고, 넓적다리 앞 복토(伏兔)를 타고 오른다고 적혀 있다. 무릎 바깥쪽으로 붙는 근육이 외측광근이고, 복토라는 혈자리에 해당하는 근육이 대퇴직근이다. 걸을 때 다리를 뒤로 보내면 바로 이 두 근육이 늘어나고, 보폭이 크면 더 많이 늘어난다.

대퇴직근·외측광근의 위치와 족양명위경 경락 유주 도해

통증 원인 파악

족양명위경은 위(胃)의 경락이다. 소화기 경락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흔히 떠올리는 범인은 찬 음식이다. 찬 것을 먹으면 소화기 경락이 상한다. 그런데 음식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면 경락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을 생각해야 한다. 여름밤에 에어컨을 켜고 집 안 공기를 서늘하게 했다. 자기 전 에어컨은 껐지만 속옷만 입고 잤다. 다리를 내놓고 잤다. 찬 기운은 입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밤새 맨살을 타고, 피부를 지나, 힘줄과 근육에 작용했다.

차면 근육이 오그라든다

황제내경 《영추》 경근편은 이 대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寒則反折筋急. 차면 근육이 경직되어 오그라든다는 말이다. 오그라든 힘줄은 늘어나야 할 때 그렇지 못하게 된다. 조금만 당겨도 한계에 닿는다.

황제내경 《소문》 거통론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寒氣客於脈外 則血少, 客於脈中 則氣不通, 故卒然而痛. 찬 기운이 들어오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통증이 생긴다는 말이다.

밤새 찬 공기를 접한 대퇴가 굳어지고 혈액순환이 안 되니 통증이 생긴 것이다. 좁은 보폭으로는 근육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니 괜찮았지만, 빠르고 긴 보폭에서는 필요한 만큼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차서 생긴 증상이니 따뜻하게

치료방법은 원인을 되짚으면 된다. 우선 통증 부위를 스트레칭하고 점심시간에 침을 놓고 IR(적외선 조사기)를 켰다. 그리고 밤, 샤워할 때 뜨거운 물을 다리에 오래 뿌렸다. 얇지만 긴 면 잠옷 바지를 입고 잤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큰 보폭으로 성큼 내디뎠다. 통증 없이 오른쪽 다리가 몸 뒤로 잘 넘어갔다.

치료는 최대한 빠르게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처치를 해야 빨리 낫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내 몸 상태를 알고, 어떤 원인이 증상을 유발했는지 관찰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날부터 잠옷 상의는 입지 않아도, 하의는 입고 잔다. 평소 몸이 찬 편이라면, 비슷한 유형의 통증에는 따뜻한 처치와 보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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